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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

 *공식이 아닌 임의 설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시점이 아닌 조금 더 미래의 상황입니다. 

 어느 날 송태원은 꿈을 꿨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은, 몬스터도 각성자도 등급도 없는 평범한 세상 속에서 송태원은 순경복을 입은 채 순찰을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선배가 있었다. 태원의 아직 어수룩한 신입 시절 이것저것 알려주며 적응을 도와줬던 선배는 이미 최초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을 당시 휘말려 사망한 고인이었다. 태원은 묵묵히 운전대를 돌렸다. 익숙했던 골목 풍경이 연이어 나타나자 태원은 반갑기도, 그립기도, 또 울적하기도 했다.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평화를 태원은 지켜내지 못했다. 이 그리운 모든 것들은 모두 제 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이기도 했다. 옆자리의 선배는 계속 말이 없었다. 태원은 침묵을 유지하며 익숙한 손길로 운전하며 파출소 앞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태원아.」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차 안에서 선배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으나, 무엇보다 파장이 컸다.
 「네.」
 태원이 대답하며 돌아본 선배의 손에는 담배 한 개비가 걸려있었다. 이는 선배의 나쁜 습관이었기에 태원은 반사적으로 경찰차 내는 금연이라고 제재하려다 그만두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꿈속이니. 시동이 꺼진 차는 창문이 내려가지 않아 메케한 연기는 금방 차 안을 가득 채웠지만,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던 태원은 말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담배가 거의 다 타져 갈 즈음에 선배는 시야를 가득 채운 회색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태원을 불렀다.
 「태원아.」
 「네.」
 태원은 다시 한번 대답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네.」
 「잠은, 잘 자고?」
 「…….」
 「새끼가, 잠도 잘 자고 다녀야지.」
 「노력하겠습니다.」
 「그래도 뭐, 나 만나러 온 거 보면 지금은 좀 자나 보네. 그렇지?」
 난에 없는 물음에 태원은 눈을 조금씩 키우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인자한 표정으로 태원을 보던 선배는 이게 마지막 물음이라는 운을 띄우며 품 안에서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 남은 담배를 비벼껐다. 태원은 신중하게 선배의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동안 이상하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태원은 항상 기억 속의 선배를 두려워했었다. 그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배는 태원의 눈앞에서 죽은 건 아니었지만, 생존자 목록에 없는 선배 이름을 확인하고 선배의 시신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태원이었다. 선배의 시신은 그가 얼마나 끔찍한 마지막을 맞이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었고, 모두가 눈을 돌리는 가운데 태원만이 그 모습을 똑똑히 눈에 담았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선배의 끔찍한 마지막은 송태원이 지키지 못한 것의 결과였다. 그래서 항상 선배를 떠올리면 그립고 괴로웠다. 그 감정이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건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송태원은 두렵지 않았다. 선배가 무슨 말을 할지 조금도 알지 못하면서도.
 「…사람은…」
 「예?」
 「곁에 좋은 사람은 많이들 있니.」
 선배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그 몇 초간의 시간 속에서 태원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 순간 떠올라진 얼굴들. 그리움이 무색하게 그들은 이미 태원을 걱정이 익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불안한 얼굴의 선배를 똑바로 바라보며, 태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호탕하게 웃고, 들고 있던 휴대용 재떨이를 태원에게 내밀었다.
 「선물이다.」
 「방금 사용하신 거잖습니까.」
 「그래서, 싫으냐?」
 「아닙니다.」
 태원이 재떨이를 주머니에 넣는 것까지 확인한 선배는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태원의 모습을 하나하나 찬찬히, 유심히 뜯어보고 「다시는 보지 말자!」라는 말과 함께 차 문을 열고 나갔다. 선배의 빠른 퇴장에 태원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나가 파출소로 들어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마지막이다. 이제 송태원은 전처럼 자주 선배를 떠올리지 않을 거다. 왜냐면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선배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 따위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선배는 그저 태원의 선배였고, 선배의 죽음은 안타까운 사고였을 뿐이다. 거기에 자책할 사람은 필요하지 않았다. 태원은 단지 좋은 선배로서 선배를 기리고, 추억하면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감사했습니다.」
 선배는 대충 손을 흔들며 파출소 문을 열었다. 태원은 기다렸다. 선배가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태원의 눈앞이 밝게 빛났다.

 -


 아.
 다시 눈을 떴을 때, 송태원은 여전히 꿈속이었다.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 풍경이 좀 더 태원이 현재 알고 있는 세계와 비슷하다는 점. 입고 있는 옷 또한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이질감이 들었다. 시간이 늦었는지 세상은 깜깜했고,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울렸다. 태원은 사람 없는 공원을 정처 없이 걸었다.
 「어?」
 태원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태원은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막 편의점에서 나온 듯 묵직한 검은 봉투를 들고 있는 그 남자는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영락없는 한유진이었다.
 「한유진 씨?」
 「뭐, 뭣? 그쪽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목소리나 말투나 역시 틀림없는 한유진이었지만 어떠한 연유인지 사뭇 다른 반응에 태원은 의아한 나머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목석처럼 서 있는 태원에게 유진이 뱉은 발언은 전자보다 더 혼란스러운 말이었다.
 「아니 그보다! 그쪽이 여기 어떻게 있어요?! 분명 죽었다고…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제가…말입니까?」
 「네! 그쪽이요! 당신 송태원 아니에요? 각성자관리실장! 아…씨, 잠깐만 허리 좀 숙여봐요!」
 과장된 몸짓으로 난리를 치다 작게 욕을 읊조린 유진은 덥석 태원에게 다가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인 태원에게 본인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씌웠다.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꿈속이라 감각이 느슨해진 것인지 태원은 몰랐던 인기척 두 개가 골목 사이에서 나타났다. 태원은 허리를 숙인 상태를 유지했고 유진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더욱 끌어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들이 완전히 지나가고 나서야 유진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하고 태원에게 이제 일어나도 된다며 손짓했다. 서로가 서로만큼 혼란스러웠던 두 사람은 목적 없이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할 뿐, 쉬이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나 계속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유진은 한숨을 쉬며 태원의 팔을 잡았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죠.」
 「…네.」

 -

 유진의 집이라 불린 곳에 들어온 태원의 기분은 낯설었다. 단순히 집이 작고, 정돈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도하지 않았으나 꽤 자주 드나들었던 유진의 집은 항상 사람이 넘치고, 시끄러웠다. 태원이 봐 왔던 유진은 절대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주변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 그중 한 명인 태원이었기에 이 상황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태원은 이 한유진이 자신이 알던 한유진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 예로 동생 한유현의 얘기를 꺼냈을 때 세상 독한 표정을 지으며 제게 원하는 게 뭐냐고 사납게 물어오는 걸 해명하느라 수고했다. 그리고 박예림의 얘기를 꺼냈을 땐 오히려 얼음 마녀가 저를 어떻게 아냐며 되물어 오기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시선을 피했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이긴 했으나 한유진은 그대로 일어서, 라면 두 봉지가 담긴 냄비와 김치 한 접시, 그리고 여러 개의 맥주캔과 소주병을 준비해 나타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일단 마시고 보죠.」
 어차피 마셔도 취하진 않겠지만 근무 중도 아닌 상황에 굳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꿈속이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태원은 취하지 않았고 대신에 혼자 소주 두 병을 넘게 마셔 얼큰하게 취한 유진만이 낮은 식탁에 얼굴을 박고 중얼거렸다. 내용은 주로 본인의 신세 한탄과 한유현의 욕, 그리고 걱정, 그리움 등이었다. 태원은 역시나 세계가 바뀌어도 한유진은 그대로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마시니 달게만 느껴지는 소주를 홀짝였다.


 태원은 취한 유진에게 한 번 더 물어봤다. 자신이 정말 죽은 게 맞느냐고. 그러자 유진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냐며 기분 나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꽥꽥 본인이 본 뉴스 내용을 소리쳤다.
 ‘각정자관리실 송태원 실장, 던전 공략 중 사망 소식에 전 국민 추모.’
 손해만 볼 내용을 협회에서 굳이 꾸며낼 이유도 없다 싶어 믿기로 한 태원이 그 순간 한 생각은 ‘자신도 죽을 수 있구나.’라는 순수한 감탄이었다. 더군다나 그 사유가 던전 공략 중이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묘하게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송태원은 문득,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냈다. 그러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이 상황들이 우스워져, 태원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맥주캔을 깠다.
 유진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색함을 해소하기 틀었던 텔레비전 속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숙한 앵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태원은 마침 나온 자료화면에 띄워진 수백 개의 포스트잇이 달린 커다란 전광판을 목격했다. 수고했어요. 보고 싶어요. 고마웠어요.
 .
 .
 .
 송태원은 하단 부분에 짧게 지나가는 소식 한 줄을 읽었다.
 ‘각성자관리실 송태원 실장 사망 원인에 실종된 세성 길드장 성 모 씨의 영향이 미쳤다는 의혹이 볼 거저…’
 멍하니 있던 태원은 그제야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코웃음 치며 어쩐지 처음부터 셔츠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나도 취하진 않았지만, 술기운이란 이름을 빌려, 태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제가 아는 아홉 자리 숫자를 천천히 입력하고 통화 아이콘을 눌렀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다음에 다시…’

 송태원은 어쩌면 이곳이 다른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는 세계. 한유진이 한유현과 박예림과 함께 있지 않고, 마수를 돌보지 않고, 다리를 절룩이고, 박예림은 얼음 마녀가 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성현제는 실종되고, 송태원은 사망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세계. 태원은 궁금했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태원은 끝까지 괴물이었을까? 추악한 탈을 쓴 채로, 그렇게 눈을 감았던 것일까.
 「으응…저기요…송태원 씨….」
 끙끙거리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태원은 참 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네. 왜 부르십니까, 한유진 씨.」
 「아뇨 그냥…생각해보니까…생전에…얼마나…고생을…많이…했으면…이렇게…죽어서…나타나나…싶기도 하고….」
 유진은 실실 웃으며 태원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식탁에 얼굴을 받고 실없는 소리를 이어나갔다.
 「…수고하셨다고요. 진짜…덕분에…엄청 든든했으니까…실장님은…죽어서도 분명…좋은데…가셨겠죠….」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고마웠어요. 유진은 잔뜩 꼬인 발음으로 늘어진 테이프 마냥 그 말들을 반복하다 결국엔 우리 유현이도 꼭 좋은 데 가야 될 텐데…라는 걱정을 끝으로 꼬르륵 잠들었다. 태원은 한숨을 쉬고, 침대도 없는 방구석에 쌓인 이불을 펴고 그 위에 한유진을 드러눕혔다.
 「그 수고. 지금은 당신이 제일 많고 하고 있습니다만….」
 세상 모르게 잠든 유진을 뒤로하고 태원은 어질러진 방을 대충 정리한 후 반쯤 남은 맥주 캔을 들고 집을 나왔다. 처음보다 훨씬 깜깜해진 새벽 거리는 이제 정말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질 수 없이 고요했다. 태원은 정처 없이 걸었고, 그러다 올려다본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재킷 안주머니가 떨리기 시작했을 때 이미 태원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 하나를 내린 후였다.
 「여보세요.」
 「…나는 이런 류의 장난을 별로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똑똑히 대답하게, 자네는…누구지?」
 송태원은 감히,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했다.
 「성현제씨. 유감이지만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스스로를 깎아내릴 정도로 가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생각입니다.」
 당신은,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그러니 수고하십시오.」
 굳이 당신이 그것을 증명하려 들지 않아도 인정하게 만들려는 사람들이 당신 곁에는 있다고.
 「잠들면, 좋은 꿈을 꿀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수백 명은 넘게도 더 있다고.
 「….」
 통화는 끊겼다.
 송태원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

 눈을 뜨자마자 눈이 마주친 한유진이 등 뒤로 황급히 숨긴 게 무엇인지는 지나가는 열차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한유진 씨…지금 여기서 뭘….”
 “아! 오랜만에 깊이 잠드셨다 싶어서 안심했는데 갑자기 일어나 버리시는 게 어딨어요!”
 주인이 문도 열어주지 않은 집에 쳐들어와 뻔뻔하게 소리까지 지르는 유진을 향해 태원은 당신이 지금 하는 건 불법 가택침입이라며 짚어주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어떻게 깨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소란스러운 거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 송실장 일어났는가!”
 “좋은 아침일세~.”
 아침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씩씩한 문현아 옆 능글맞은 성현제의 얼굴을 보니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아지는 걸 실시간으로 경험한 태원은 오랜만에 숙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디서 났을지 모를 마이크를 잡고 슬금슬금 방 안으로 들어오는 박예림을 보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예림은 태원과 눈이 마주치자 아. 아. 제대로 울리는 마이크를 확인하고 씩, 입꼬리를 올렸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에요! 언제 한 번? 아 일 년에 한 번! 오늘이 무슨 날이다? 아 경찰의 날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 바로바로바로바로! 전 경찰 현 각성자관리 실장님인 우리 송실장님 되시겠습니다! 실장님 경찰의 날 축하드려요!”
 예림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터지는 폭죽들과 시끄러운 박수, 환호 소리. 경찰의 날이라니…태원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날이다. 이제 경찰도 아니니 기억하고 있을 의미가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는데도…나쁘지 않은 기분에 태원은 유진이 내미는 케이크를 얌전히 받아들였다.
 “축하드려요. 실장님! 수고 많으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잠깐만 형님, 그거 너무 속 보이는 멘트 아니야?”
 “내 파트너 씨는 솔직한 게 매력이긴 하지만.”
 “시끄러워요. 애초에 두 분이 사고만 안 치면 송실장님 고생하실 일도 없는 건 알아요?”
 세 명이 투덕거리고 있는 사이 계속 말이 없던 유현은 예림의 재촉에 못 이겨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고, 예림은 그사이 빠르게 태원에게 생일에나 쓸 법한 아기자기한 축하 모자를 씌웠다. 유현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냈고, 모든 상황을 파악한 유진과 현아는 예림과 유현에게 최고라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며 집이 떠나가도록 웃어댔다.
 둘 만큼은 아니었어도 성현제 또한 웃으며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예림은 찍힌 사진을 보며, 표정이 없던 유현마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무뚝뚝한 얼굴을 부드럽게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
 태원은 여전히 침대에 앉아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웃음지었다. 이번엔 똑똑히 의식하고 있었다. 이곳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태원이 살아가고 있는, 아주 분명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가 축하받으면 감사할 사람들이 있는, 아주 소중한.


 -Fin-

 .
 .
 .
 “근데 이상하네, 실장님 혹시 어제 술 마시다 주무셨어요? 왜 이렇게 몸에서 술 냄새가 나시지?”
 아닌데…아까 주방에서 쓰레기 못 봤는데
 “음…그것도 그렇지만 송실장 자네 요즘 담배도 피우나?”
 “예? 그건 또 무슨-.”
 여전히 꼴 보기 싫은 얼굴로 가볍게 흔드는 성현제의 손 사이에 들어 있는 건 다름 아닌 선배의 재떨이였다. 꿈속에서 받았던, 그것.
 “이것 봐라? 안에 재랑 꽁지도 그대로 있네?”
 문현아의 놀림에도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태원은 티는 내지 않지만 속으로 꽤 놀란 상태였다. 꿈을 꿨다. 그 사실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태원은 깊이 생각하기를 그만둔 대신 성현제에게 손을 뻗었다.
 “제께 아닙니다.”
 “그럼?”
 “선배 겁니다. 경찰 시절 때에.”
 성현제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태원에게 재떨이를 건넸다.
 “그래도 자네는 피우지 말게. 노후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성현제씨나 잘하시죠.”
 “현제는 잘하고 있다네.”
 송태원은 짜증스러운 얼굴을 굳이 감추지 않으며 침대 옆 탁자에 케이크를 올려두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 전부 돌아가세요. 출근 준비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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